사랑하는 당신께 이 글을 드립니다. by 이 은정
- webdriverpcmc
- 8월 7일
- 2분 분량
중독 Reflection 12/1/16 이 은정
유년 시절부터 당신은 작고 사소한 일에도 많이 아파했고 슬퍼했고 또 그 만큼 빨리 성숙하기도 했지만 그 지치고 상한 마음 둘 곳을 몰라 방황하던 오랜 세월을 기억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힘들어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애증으로 똘똘 뭉쳐있던 사랑했던 그 분을 잃은 후부터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날 당신은 기차를 타고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때 마침 그 분의 전화가 왔고 기차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며 자연스레 전화가 끊기고 말았습니다. 그 후 다시 통화가 되지 않았고 바로 그 날 밤에 그 분은 인사도 없이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지요. 바로 당신의 아버지셨죠. 그 날부터 당신의 뼈 속까지 박혀버린 슬픔과 한은 미친 듯이 세상의 중독을 찾아 해매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배가 아파서 뒹굴면서 까지도 폭식하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차라리 배가 터져서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먹고 자기를 계속해댔습니다. 당신은 폭식이 주는 포만감과 쾌감으로 슬픔을 잊으려 했고 오히려 웃음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발휘했으니까요. 그 무지하고 위험한 행동은 과체중과 우울로 악순환을 만들었지만 당신은 당신의 몸뚱이를 그렇게 희생제물처럼 내어주면서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을 나는 슬프게 바라보아만 했습니다.
또한 당신은 그 날 이후 아버지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 다녔지요. 당신의 집착은 너무나 심하여 사랑을 구걸하기까지 하는 모습이었어요. 당신은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원했다는 것을 압니다. 의논할 대상을 원했고 위로받을 수 있는 어른을 원했고 상황과 사건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큰 우산 같은, 큰 나무 같은 그런 사람 하나 마음에 간직하길 원했던 당신의 은밀한 사랑중독을 나만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을 얼마나 허망한 눈물로 상심하게 했으며 더 깊은 고독과 세상과 사람들과의 분리와 단절, 그리고 주님을 떠난 삶이었음을 이렇게 심하게 아프면서야 깨닫는 당신은 불쌍하고 가여운 사람입니다.
이제는 아픔이 있더라도 두 눈 부릅뜨고 스스로를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당신만이 당신의 지난 과거를 돌아보며 진심으로 화해를 할 수 있습니다. 당신 스스로 당신을 용서하고 용납할 때, 그래야 당신을 쇠사슬로 묶고 있던 죄악 된 근성의 중독으로부터 당신을 해방시키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때가 지금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주님께서 당신을 뜨겁게 만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뜨거울 때 당신은 변화할 수 있으며 그 만지심으로 치유될 수 있습니다.
당신과 항상 함께 하면서도 당신을 지키지 못한 내가 너무나 미안합니다.
거친 세월과 시린 추위 속에서도 강한 척 하는 당신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뿐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주지 못한 내가 당신께 진심어린 눈물로 사죄합니다. 부디 당신 자신을 먼저 사랑하세요. 그 누구도 아닌 당신 스스로를 말입니다. 당신은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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