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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렉션 페이퍼를 공개해 주신 이은정집사님 감사합니다.


리플렉션페이퍼를 공개해주신 이은정집사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아래 글은 이은정 집사께서 피어그룹을 통해 얻은 성찰을 기록한 것입니다.

글만 아니라 삶을 나눠주신 것 감사하며 복된 삶을 영위하시길 기도합니다.

관리자 드림 

 


10/8/2016 토요일 

이 은정

 

Reflection

 

 

정호영 교수님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하며 관계를 가지냐는 질문을 던지셨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그들과 어떻게 따스한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가 삶의 과제이고 극복하고 싶은 목표라고 나는 말했다. 교수님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떻게 힘들고 무엇이 불편하지를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강압적이고 지시적인 말투, 모든 것을 결정하고 무조건 순종만을 원하는 압력, 답을 던지는 말. 존중받는 느낌이 없고 나의 생각과 기분은 전혀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 그런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렇게 명령적인 사람들과는 항상 거리를 두고 깊은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 그런 사람은 가정, 직장, 교회, 심지어 친구 모임에 가더라도 꼭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할 이유가 없고 나도 모든 사람을 좋아해야할 이유가 없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도 따뜻하고 진실한 관계를 간절히 원하는 이 목마름의 이유가 무엇인지 항상 궁금했다.

 

나는 말했다.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고 직장에서 일을 지시하는 입장이다 보니 지시하는 말투와 차가운 분위기가 싫어서 말을 줄이는 것으로 나의 이미지를 개선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박연 사모는 어릴 적에 우리 모두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고 머리도 못 기르게 하고 짧은 치마도 못 입게 하고 귀가시간도 엄격했다는 말을 했다. 같은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동시대에 자란 박연 사모는 저렇게 해맑고 당당하고 아픔이 없어 보이는데 나는 왜 대화를 줄이고 사람과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나를 보호하려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 방법이 나를 평온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랜 기간의 내 고민의 이유가 되었다. 나는 조용한 것이지 평온한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나의 의견을 주장해 본적이 없는 듯하다. 누구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라 지금의 이 모습으로 형성이 되기까지는 그럴만한 이유와 과정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은 전이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그런 강압적인 사람 앞에서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대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맏이인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께 매를 맞으며 자랐고 그 폭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되었다. 아버지가 밉고 싫어서 취한 행동은 아버지와 말 안하기, 아버지를 피하기였다. 하지만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아버지는 폭력을 사용하셨고 나는 그 무서운 폭력을 온몸으로 견디고 참아야만 했다.

 

박연 사모가 밤새 준비한 마약중독 교제를 PTT 돌려가며 낭랑한 목소리로 발표하는데 그 옆에 앉은 나는 눈물이 질질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흩어져 있던 구슬들을 모아 한 줄에 꿰어 목걸이가 되는 것처럼 이 기억, 저 기억들이 하나씩 되살아나면서 거대한 완성품으로 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되는 아버지 폭력 앞에서 무력화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매 맞고 말지 이 고비만 넘기면 다시 조용해지니까, 대들면 더 맞으니까 참고 넘기자, 내가 참으면 동생들은 안 맞으니까”라며 억누르고 참아왔던 무력과 무능이 평생 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수업시간 한 복판에서 깨달은 것이다. “내가 불편하고 말지, 내가 참고 말지, 내가 손해보고 말지, 내가 하고 말지,” 평생을 모든 관계에서 이런 생각과 자세로 지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뚱맞은 눈물로 수업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은 물로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강압적이고 지시적인 말을 하면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분명히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이 하애지며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에서 누군가 목소리 높여 말하면 그때도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다른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하는 방법을 모르고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학습화된 무력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가슴에 물은 이미 강을 이루었다. 한없이 나 자신이 가엾고 불쌍했다. 나름대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말 줄이기와 사람들과 거리두기가 전이와 부작용이었다니...

 

간신히 수업을 마치고 차에 타자마다 넘실거리던 물은 폭풍이 되어 온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내가 왜 말보다는 글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더 쉽고 편했던 지를 말이다. 또한 강압적인 사람 앞에 나를 표현하지 못함과 동시에 나 또한 나의 자녀들을 강압적으로 대하고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과 그들의 감정과 기분을 배려하지 않으며 키워온 지난 세월을 눈물로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강압적이고 지시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앞에서 피하지도 숨지도 않을 것이며 무조건 듣고만 있는 소극적인 행동을 멈출 것이다. 그 사람의 언어와 행동이 나를 어떻게 힘들게 하는지 솔직한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리라 다짐한다. 무거운 쇠고랑이 되어 평생 내 발목에 매달려 힘들고 아프게 했던 부모님의 영향이 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전이와 부작용을 자녀에게까지 대물림하지 않고 나의 대에서 과감히 끊어 내리라 다짐해본다. 하지만 또 다시 강압적인 사람과 상황을 만나면 야무진 다짐은 사라지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분명할 것을 나는 안다. 입을 열어 말을 하기는커녕 숨소리 내기도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보다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부터 시작하려 한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극복되리라는 기대와 믿음을 간절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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